이대로 가라앉나…신용불량자 854만명, 中서민경제 침몰 직전

입력 2024-01-28 18:08   수정 2024-02-05 16:23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젊은이들의 명소로 꼽히는 ‘798 예술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문을 닫은 음식점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매출이 전성기 대비 3분의 1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중국 동포 사업가는 “빚으로 버티는 상황이라 시한폭탄을 지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베이징 왕징의 유명 상업시설인 ‘소호’ 1층은 작년부터 입점 업체가 하나둘 방을 빼기 시작해 공실률이 30%에 육박했다. 왕징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소호 오피스 건물은 임대료를 40% 내려도 들어오겠다는 곳이 없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가 위기론에 휩싸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증시 부진 속에 대출 연체율,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서민 경제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공산당 주도의 경제 발전이 ‘중진국 함정’ 등과 맞물려 한계에 다다른 데다, 미국의 견제에 밀리면서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몽(夢)이 현실과 멀어지는 모습이다.

치솟는 연체율, 얼어붙은 고용
2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주요 은행의 플랫폼 연계 소액대출 연체율이 최근 3.5~4.0% 수준까지 치솟았다. A은행은 2021년까지 2.0% 수준으로 관리되던 이 연체율이 작년 말 기준 3.6%로 상승했다. 은행들이 역마진을 걱정해야 하는 위험수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금융가에 따르면 알리바바·진둥닷컴·핀둬둬 등 주요 플랫폼을 통한 전체 소액대출 규모는 7조위안(약 1300조원)으로 추정된다. 연체율이 4%면 연체금액은 50조원이 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더 올라갈 경우 중국 서민들의 연쇄 파산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전체 은행의 신용대출 규모도 2019년 9월 11조2700억위안에서 작년 9월 28조7400억위안으로 늘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금융권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성인(18~59세)은 지난해 854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시장도 얼어붙었다.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해 6월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한 후 한동안 발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임금은 하락하는 추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38개 주요 도시의 신입사원 월평균 급여는 전년 동기보다 1.3% 하락한 1만420위안(약 190만원)을 기록했다.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공동부유’에 된서리 맞은 부동산
이러다 보니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4~5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소매판매는 점차 둔화하면서 12월 7.4%, 연간 7.2% 증가에 그쳤다. 랴오닝성 선양에서 이발사로 일하는 하오모씨(22)는 “하루에 찾아오는 손님이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적은 3~4명”이라며 “고객들이 수중에 돈이 없으니 이발하는 횟수부터 줄인다”고 전했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0.3% 하락하는 등 최근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생산자물가는 지난달(-2.7%)까지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작년(5.2%)보다 0.6%포인트 낮은 4.6%로 제시했다.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팬데믹 기간에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자의적이고 권위적인 권력을 행사했다”며 “그 결과 가계와 기업이 돈을 쓰지 않고 쌓아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도 더욱 침체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활황기에 주택이 과잉 공급됐다가 2020년부터 급속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정부가 ‘공동부유’(다 함께 잘살자)를 내세우며 시장의 거품 해소를 명목으로 자금 규제에 나선 결과다. 중국 주택 가격은 지난해 7월(-0.1%) 이후 지난달(-0.4%)까지 줄곧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헝다·비구이위안 등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금융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총액은 약 60조달러로 미국의 세 배 수준이고,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한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부 정책이 결국 부동산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간첩법·美 봉쇄에 외자 이탈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에 외국인 투자자들도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외국으로 빠져나간 돈은 687억달러(약 92조원)였다. 2018년(858억달러) 후 5년 만의 첫 자본 순유출이다. 반간첩법 강화로 외국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고, 미국이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첨단산업에 대한 대중 투자를 봉쇄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유기업을 활성화하고 민간기업은 억제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통제정책이 외국 기업을 적으로 돌렸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증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지난해 11.4% 떨어지는 등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올 들어서도 3%가량 빠졌다. 블룸버그는 “일본이 부동산·주식시장 거품이 터진 뒤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것처럼 중국도 장기간 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도 2022년 이후 2년 연속 감소하면서 구조적인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4억967만 명으로 전년 대비 208만 명 감소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인구 감소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씩 낮출 것”이라고 추산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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